로봇이나 컴퓨터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까?

어렸을 때 다들 그랬겠지만 나도 SF 소설을 꽤 읽었었다. 우주 여행, 시간 여행, 로봇, 인공 지능 등은 참 많이 등장하는 소재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2014년이라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 있었을 것 같은 미래였다. 그 미래가 도래한 지금 로봇이나 컴퓨터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까?

Franz Steiner - Personal Robot 02
Franz Steiner – Personal Robot 02

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 또는 안드로이드 로봇은 SF의 단골 소재였는데 아직도 그런 로봇은 실험실 연구 단계다. 하지만 사람 일을 대신해주는 자동화 시스템으로서의 로봇은 상당히 일반화돼 있다. 공장 자동화에서 볼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이 대표적인 예이고 검색 엔진 로봇이라든가 자동 교통 단속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고 무인 자동차처럼 사람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SF 소설 중에 이에 대해 아래와 비슷한 대답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는 이해가 안 됐다. 정확한 소설 명이나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아시모프 같은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로봇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의 일거리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고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커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된다. 로봇이나 자동화를 통해 사람들의 일을 줄이는 기본 이유는 생산성이다. 로봇은 아직 사람만큼 창의적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단순 작업에서 해방되길 원하고 좀더 새롭고 창의적인 것, 결과적으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한다.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 그 만큼 사람들은 다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사람 사이의 관계도 로봇이 대신해줄 수 없다. 사람들은 일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로봇이나 컴퓨터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건 어떤 단면만 보는 것이고 넓게 보면 오히려 사람들은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현실을 바탕으로 다시 생각해보니(경제학은 잘 모르지만서도…) 이러한 논리가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복잡한 다른 문제들도 얽혀 있음을 알게 됐다. 우선 로봇이나 컴퓨터, 기계 등의 도입 비용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이다. 단순 인력은 줄일 수 있지만 계속해서 신기술을 도입, 운영하려면 새로운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기업으로서는 전체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겠으나 단순 노동 집약형 제품보다는 고가의 제품을 만들어 팔게 되고 인력도 고급 인력을 고용해야만 한다. 가장 쉽게 이걸 볼 수 있는 것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소비 위주의 선진국을 비교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웬만한 인력은 고급 인력이 되었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은 말하자면 프리미엄급 제품만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건 인건비 상승이다. 어쨌든 사회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윤택한 생활을 살게 되었고 또 그래야만 하므로 “최저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최저 임금이 상승하면 빈곤층은 생계 유지가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2014년 현재 누구나 정보력이 좋아진 시대에서는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임금이 높은 회사로 몰리는 현상이 과거보다는 훨씬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빈익빈부익부로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해 인건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인건비가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

인간은 행복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100만원 벌 때 내가 200만원 버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400만원 벌 때 나는 300만원 버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빗대어 얘기하자면 로봇이 인간 사회를 편리하게 하고 인간을 단순 노동에서 해방하더라도 그만큼 행복해지지 않고 비교 열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실감에 빠진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모순과 같이 들리지만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느냐 아니냐는 개념을 넘어서서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도 역시 발전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기게 된다. 100년 전에 학교에서 배우던 내용과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그 수준이 큰 차이가 있다. 로봇이 사람 일을 대신한다면 사람은 그 만큼 다른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좋은 면도 있지만 나쁜 면도 있다. 사람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로봇의 창조주로서 로봇보다는 뛰어나야 되지 않겠는가?

나의 뇌리에 박혀 있는 몇 가지 개념 중 끊임 없이 생각나는 것이 “엔트로피”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에너지는 잘 해야 보존되고 못하면 엔트로피로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는 개념이다. 학교에서 열역학이라는 공학 과목에서 배우는 개념이지만 이게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불확정성의 원리와 같이 철학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라 크게 화두를 일으킨 개념이다.

인간의 역사는 끊임 없이 발전하고 있고 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하여 불필요한 엔트로피를 줄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 즉 버려지는 에너지는 계속 증가한다. 사소하게는 자동차 바퀴의 마찰력으로 기름이 낭비되는 것도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로봇으로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 사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어딘가는 보이지 않게 빠져나가는 엔트로피가 계속 쌓이고 있고 그게 나중에는 크게 되돌아오지 않을까 적이 우려스럽다.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느냐 안뺏느냐는 인간 사회가 얼마나 행복해졌느냐로 판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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